지난 9월부터 여러가지로 내 일상이 복잡해서, 거의 2주간이나 우리집 거실에서 죽치고 있던 그림이다.
거의 마무리단계여서, 추석 연휴에 다 마무리하고 다른 그림도 들어가려 하였으나,
회사일도 복잡한 게 생기고, 나두 몸이 아파서 다 놓고 그냥 있다가, 이번 주에 마무리했다.
그림은, 내 마음과는 다르게, 알록달록 스페인의 축제 풍경을 담고 있으니 그리면서도 마음이 아이러니했다.
아마도, 이런게 그림의 치유력이자, 큰 힘이겠지 싶다.
마음이 불편한 날에도, 이렇게 화려한 색을 섞고 있으면 잊게 되고, 마음이 가라앉고.
누구가 그런 날이 있지 않을까 상상하면서 그린 그림이다....축제에 가고 싶어지는 날.
여행을 썩 즐기지 않는 나는, 대신 여행 프로그램과 책들을 많이 읽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나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구체적으로는 많이 들지 않으니
지겨운 날, 공항으로 달려 가고 싶은 마음은 늘 "가짜 식욕"같은 것에 불과하다.
편리함에 완전히 젖고, 또 집이라는 안락한 공간의 매력이 나이가 들수록 나를 잡아당겨서
더더욱 여행에 나서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생기게 된 습관, 여행을 상상하는 버릇이다.
할머니가 되면, 스페인의 세비야에 한번 가고 싶어질 것 같았다.
땡땡이 프릴 치마자락이 사방에 나풀거리는 세비야 축제...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니, 정말 도시 전체가 꽃밭 같았다.
시간이 약이라더니, 복잡했던 회사일도 마무리되어 가는 듯하고
나두 한결 기운을 차렸다.
가을에는 마음이 참 이상하다.
날씨가 이렇게 좋으니 더할나위없이 행복한데
그래도, 지난 일도 새삼스레 추억으로 떠올라 좋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다가올 미래도 다 부질없는 상상인데도, 다시 생각 속에 넣기도 한다.
한치앞도 모르는 인간이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은 늘 부질없다고 느끼면서도.
할머니가 되면.....난 이런 상상을 자주 하고 또 싫지 않다.
예쁜 할머니에 대한 로망도 있다.
그래...스페인 세비야엔 아마 영원히 실제로는 가지 않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2012년 10월 내 마음 속에는
세비야 전통 의상 치마자락들이 나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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