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글과 그림

동화책에서 힘을 얻다

은수자C 2012. 10. 22. 16:23

 

<빨강머리앤 표지> 세종서적, 강주헌 역. 2008

 

요즘 나는 출퇴근길에 동화책을 읽는다.

머리가 복잡해서 9월말부터 시작된 버릇인데,

무척 힘이 되어 주었던 경험이었다.

 

빨강머리앤도 다시한번 완독했고,

톰소여의 모험도 읽었고,

키다리 아저씨도 읽었고

플랜다즈의 개도 읽었다.. 

로라 잉걸스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초원의 집 1편도 읽고 있다.

 

책으로 본 것도 있고, DVD로 본 것도 있고.

어린 시절엔 오히려 지루했던 동화책들.

나는 때때로 엄마의 책 읽으라는 소리가 듣기 싫었는데.

어느 그림책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사람은 평생 3번 동화를 읽는다고.

 

어릴 때 한번

어른이 되어서 힘들 때 한번

아이를 낳아서 읽어 줄 때 한번.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뿍 담긴 캔디 DVD 전편도 우리집 거실에 있다.

빨간머리앤의 DVD 전편도 우리집 거실에 있다...

동화가 나를 구해 주는 가을이다. 

 

자기만 아는 아이들이 넘쳐 나는 이 영악한 세상에서,

자신을 길러준 마릴라 아주머니를 위해

장학금을 포기하고 에이번리에 남기로 결정하는 앤의 마지막 모습이 가슴이 찡했다.

또한, 자기 아이도 학대하는 부모가 많은 이 삭막한 세상에

앤을 받아들여 유난스럽지도 그렇다고 빈한하게도 키우지 않고

그저, 평범한 사랑 속에 마음이 튼튼한 아이로 키워 낸 마릴라와 매튜 오누이의 인격도 깊은 감동을 준다.

꼭 피를 나눈 가족만이 가족이 아님을,

남과도 서로 고운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감동적인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음을

앤이 그리고 마릴라 아줌마가, 매튜 아저씨가 따뜻하게 가르쳐 주고 가는 가을이다.

 

100년전 이 띠뜻한 동화가

문명의 첨단으로 편리해 진, 그러나 상처받고 황폐해진 세상에

깊고 따뜻한 위로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