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글과 그림

친구와 돈관계

은수자C 2011. 9. 5. 11:53

 

살면서 제일 곤혹스러운 일들 중의 하나가,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가 아닌지.

음....그전 까지는 거의 그런 경우가 없었는데 (그래봤자, 몇만원같은 소액), 마흔이 지난 즈음에 두어번 그런 전화가 있었다.

물론 2번 다 거절했고, 그 통화가 무척 당혹스러웠고, 또 불편한 기분들이 꽤 오래 갔다.

 

지난 주말에도, 꽤 Best friend에게서 그런 전화를 받고 완곡히 거절했는데, 오늘까지도 불편한 기분들이 남았다.

돌아보니, 예전엔가 나두 적금 자동이체 날짜 하루 안맞아서 80만원을 친구에게 빌려서, 다음날 갚은 적이 있다.

그 때야, 전적으로 하루라는 타이밍의 문제였고, 사정이 어려워서는 전혀 아니었으니 뭐 크게 서로 기억될 것도 뭐도 없었지만.

 

친구의 돈 빌려달라는 전화에 대한 생각들.

 

1. 일단, 오래 만나왔지만, 아직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게 다급해 하는 목소리, 큰 일 날것처럼 과장하는 상황들, 며칠안에 꼭 갚겠다고 너무 확신해서 더 불안한 그 말투...

이 친구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은 면면을 알게 된다.

 

2. 왜 하필 내가 생각난 건지...이 부분은 늘 유감이다.

남편과 친정식구들 등등의 가족들은 뭐하고, 왜 내가 떠올랐을까....

약속한 듯이 동일한 멘트는 "내가 얼마나 급하면 너한테 전화 했겠어? " 이지만,

그 부분이 늘 제일 유감이다.

그렇게 급할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나는 아니면 좋겠다. 적어도 좋은 친구라면...

좋은 친구는...좋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나....그래서 함께 나누고 싶은 그런 친구여야 하지 않냐고 물어보고 싶은 부분이다.

 

3. 며칠만 쓰고 주겠다는 확언

이 부분들을 너무들 강조하는데, 사실은 그래서 더 불안하다...

그 며칠이 지나고 연락없어 전화했는데, "지금은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멘트 나오면 그 기분은 어떨까.

그렇게 쉽게 며칠 안에 해결될 돈이었다면, 왜 가까운 가족, 동료, 그 숱한 사람들을 제치고 남인 내게 전화한 거니....

 

4. 실제 돈거래가 없었어도, 그런 전화가 있고 나면 무척 서먹해 진다.

 

금요일 밤의 그 대화....수년을 너무 좋은 매너로 (매너를 서로 아주 지키는 친구 사이였다. 막역하다기보단.) 잘 지내왔지만,

그 날 내가 들은 목소리는 그 친구에게서 지금까지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무척 비굴한 목소리였다.

계속 금액을 다운시켜가며 그거라도 해달라고 조르던 목소리.

명품 전문가 못지않던 너의 매너와 그 세련된 향수 냄새는 다 어디로 간거니..

너의 유창한 영어와 명문대 학벌은 다 어디 간거니...

 

다음날, 전화를 받았다.

- 너한테 내가 큰 실례를 한거 같아서-

그냥 대강 웃으며 마무리하고 통화를 끝냈지만.

 

글쎄다....정말 실례를 한 건, 내게가 아니라, 그 친구 자신에게가 아닌가 하고 묻고 싶다.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고, 그래서 내 완곡한 거절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던 그 목소리...

몇년간 내가 보아 온 멋진 모습과는 너무 다른...

 

친구와 돈관계...정말 불편한 일이다.

정말 살면서, 그런 일은 서로 만들지 말고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