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에 막장을 담갔다.
재작년인가 한번 막장을 담갔는데 망쳐서, 포기하고 있다가
금년에 다시한번 시도했는데, 이번엔 맛이 괜찮다.
아마도 지난번 실패의 원인은, 메주가루를 잘못 선택.
막장용 메주가루는 입자가 굵은 것으로 따로 나와 있는 걸 모르고,
고추장용 고운 메주가루로 했더니 맛이 텁텁하니 이상했다.
게다가, 매실청을 약간 넣은 것이 실패의 원인....
진짜 이상한 막장 맛...나중엔 결국 너무 아까왔지만 버리고 말았는데.
이번엔, 막장용 메주가루를 사다가, 보리밥을 엿기름 물에 삭혀서 제대로 끓인 다음
죽처럼 완전히 식혀 한나절 숙성시킨다.
다음, 천일염을 정량 맞춰 넣고, 멸치 액젓으로 간을 맞춘 다음
소주로 농도를 조절하면 끝이다.
며칠 동안 베란다에서 삭혔더니,
보리밥알은 며칠새 다 삭아서 제법 구수한 막장 향기가 나는 것이었다.
항아리 소독은, 원래는 짚불을 붙여 하는 것이라는데,
아파트라, 그을음 연기는 조금만 나두 화재경보기 울리고 난리 나서
끓는 물로 안쪽을 싹 돌려내 씻어내는 걸로 대신했다.
물이든 불이든, 고열로 살균하는 거니 뭐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 (웃음)
한 2주 동안 베란다 햇볕 잘 드는 곳에 놓아 두었더니,
요새는 이 막장으로 맛있는 된장찌게, 두부찌게를 맘껏 즐기고 있다.
사는 된장 특유의 그 텁텁한 맛이 싫어서 시도한 막장.
막장엔 그런 맛이 없이 담백하고, 밑에 살살 깔리는 콩의 질감도 너무 맛있다.
오늘처럼 햇볕 좋은 날, 그 해가 너무 아까워 열어 둔다....
정말 이 햇볕을 다 어디에 저장해 두었다가 겨울에 쏘이고 싶다.
내가 출근하고 나면, 막장 항아리는 이렇게 혼자 망사 두건을 뒤집어 쓰고 혼자 햇볕을 쏘이며
스스로의 힘으로 발효하면서 맛있는 맛을 내 주는 것이다.
수건과 헹주를 다 삶아 널고, 양말, 장갑, 덧신....소소한 빨래들을 베란다에 널으니
이 햇볕이 너무 좋다...정말 아까운 햇볕....
이효재씨는 이런 햇볕이 너무 아까워, 모든 그릇을 마당에 내어 놓는다고 했었는데.
이불도 오전에 세탁기 돌려 베란다 큰 벤치 의자에 펼쳐 말려 놓았더니
마음이 너무너무 흐뭇하다...햇볕에 뽀송뽀송 말린 이불이라니..하.
산책을 2시간이나 한 오늘....
이렇게 눈부신 봄이 오려고, 그렇게 겨울이 석달씩이나 추웠구나....
모직 투피스를 입으려고 내놨는데, 겨울 파커 드라이 맡기고 난 오늘, 바로 면티 하나 입고 산책을 했으니.
점점 한국 날씨는 봄/가을 없이, 겨울옷 / 여름옷 그냥 이렇게 지나가는 거 같다.
다음달 즈음엔 오이지 담고, 마늘장아찌 담으면 여름 준비 시작...
오늘 마트에 알타리 무우랑 열무가 나왔다....
열무 물김치, 총각김치 담글 생각에 마음이 막 설렜다.
살림은 나의 즐거움~~~~~~
'일상의 글과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빛 이야기 (0) | 2013.03.14 |
---|---|
조각케익 만들기 (0) | 2013.03.09 |
귀여운 섞음이 (0) | 2013.03.07 |
손으로 쓰는 필사의 매력 (0) | 2013.02.17 |
동심을 잃지 않기를! (0) | 2013.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