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들에게 들은 말들 중, 잊을 수 없는 충고가 2개 있다. 모두 다 건강에 관한 것들.
1. 건강은 최고의 재산.
자기몸을 금쪽같이 아끼는 상사가 있었다.
그는 조금만 아파도 회사에 연차를 내고 병원을 다니고, 작은 질환에도 꼭 통원치료를 받았다.
일반 사람들은 그냥 약국에서 연고나 바르는 일들도 다 피부과, 내과에 가서 치료를 받아서,
우리는 농담으로 그 분이 샤워한 물에서는 금 사금파리 조각들이 침전되어 있을 거라고 말하곤 했다.
금보다 귀한 몸...
어느날인가, 바이어 손님이 와서 저녁 접대가 있어, 약간의 와인 한잔이 불가피한 자리였는데.
그가 유창한 외국어로 말했다. - 지금 염증이 있어 (비염이었다!!!겨우) 알콜은 안되서요, 미안합니다 -
그 날 약간 놀라, 나중에 - 혹시 건강에 대해 염려증, 불안증 그런 거 있으신거 아니에요 ? - 했더니
나한테 그 상사가 그랬다.
- 혹시 가진 재산 많아 ? 지금 모아 놓은 것이든, 혹 부모님께 받은 거라든지 ? _
- 아뇨!!! -
- 그럼, 건강만큼 큰 재산이 어디있어 ? 건강하면 일단 일할 수 있고, 돈벌수 있고, 내힘으로 세상 살 수 있잖아.
내가 회사일에 몸바쳐 충성하다가 아프면, 회사 오너가 우리 아이들 학교 보내고 와이프 먹여살리고 할 거 같아? 천만에!
난 그래서 회사엔 충성까진 안해, 대신 내 몸을 금같이 아끼지. 내가 일단 건강하다면 , 언제나 내 자신이 강자인거야 -
그 땐 잘 몰랐는데, 살면서 나는 그 말을 두고두고 깊이 공감했고
지금은, 그 상사보다도 몇배나 더 건강에 신경쓰고 내 몸을 금같이 아끼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 건강하다면 이미 모든 기회를 늘 갖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
2. 건강도 실력이다.
무척 심한 감기에 걸린 적이 있었다.
전체회의에 들어간 날, 임원분 중에 나만큼 심하게 감기에 걸린 분이 있었는데.
그 임원분의 경쟁자인 다른 상사가, 회의 끝나고 나한테 그랬다.
- 000 상무를 바라보는 오너 표정 봤어 ? 지 건강 하나도 못 챙기면서 무슨 조직을 이끈다구...딱 이 표정이었어.
아마, 다음번 프로젝트 때 계열사 사장으로 승진 못 할걸. 맨날 골골하는 임원에게 계열사 맡기는 오너는 없거든. -
그 이후, 정말 그 임원은 물을 마시고 탈락했고, 경쟁자가 계열사 사장으로 승진해 나갔다.
또 다른 케이스.
별로 인기없는 상사가 있었다.
뚜렷한 실적도 없고, 다만 오너의 개인적 인맥이 있어 오신 분이었는데,
너무 개인주의적이셨고, 그래서 따르는 부하직원도 없고. 여자처럼 샐쭉, 새침한 스타일.
그러던 그가, 암에 걸렸다.
임원실 자기방에서 늘 혼자의 시간과 업무스타일을 즐기던 그.
(오너의 배려로 퇴사하지 않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자기 집무실 방문을 열어 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동료/부하직원들이 다 그를 불편해했다.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가발로 빠진 머리를 커버도 해 보고
퀭해진 얼굴로 늘 웃으려 애썼지만, 하루하루 너무 외롭게 일과를 보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퇴사했다. (오너가 잡았는데도), 보이지 않는 따돌림, 아픈 사람을 불편해 하는 분위기 때문에.
1년뒤 그가 세상을 떠났고 부고를 받았다. 퇴사하신 분이었지만 우리팀 상사여서 나중에 갔었는데.
빈소에 가족말고는 문상객이 나 포함해서 5명이었다.
아마, 그가 건강하게 조직에 있다가 죽었다면, 그 빈소가 미어 터졌을터인데.
이 역시도, 그 땐 조직이 너무 살벌한 거구나, 경쟁은 너무 힘든 거구나 그런 감상으로만 생각했는데,
두고두고 깊이 공감한 말이다.
건강도 실력이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조직에서 아무도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나는 회사에선 아픈 내색을 하지 않는 습관을 들였다.
아프면 반드시 아예 연차를 내서 쉬고, 회사에 나가 골골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다른 직원들 앞에서 약먹는 일도 삼갔다. (늘 탕비실 가서 혼자)
다큐멘터리를 보면, 초식동물들은 설사 다치거나 아파도 절대로 절룩거리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사자의 타겟이 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도 그와 비슷한 생리가 아닐지. 보이지는 않지만 수많은 경쟁이 있는 곳이니.
건강도 실력이다. 정말이다.
예전에 선배 언니 말처럼, 아프면 그 때부터 혼자요,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어진다.
아프지 말자. 너무 외로운 일이다.
사회생활이란, 아픈 사람에게는 자리 하나 내어 주지 않는다.
가족도 아픈 사람을 오래 사랑하진 못한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 고래로 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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